미술기부 뒷이야기
미술기부에 관한 글을 쓰고
어디에 올려야 하나 고민했다.

네오룩에 올리자니, 미술인들 커뮤니티인데 거기서 그림을 가르쳐주겠다고 하는 것도 좀 우습고
네이버에 올리자니, 어디에 올려야할지, 또 너무 많은 사람이 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생기고
어쨌거나 학생들을 상대로 기부하는 것이니 대안학교나 청소년 쉼터, 다민족청소년공동체 같은데를 둘러봤으나
딱히 미술기부글을 올릴 곳은 없는 듯하여 살포시 자원봉사 신청을 누르고 나왔다. 

그러다 생각난 곳은 역시 모교. 
수험생들이 들어가서 보지않을까 하는 생각에 공개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나 고등학교때는
미대입시를 보면서 그 기사에 나오는 사람들을 스크랩해서 찾아가기도 하고
나 이사람 처럼 되고 싶으니 이 사람 좀 인터뷰해달라고 엽서에 신청해서 뽑혔던 적도 있었다.
열정이 있으면 분명 통하는 길이 있다.  

...그리고
간간히 메일이 들어왔다. 


불특정 다수를 생각했지만
역시나 학교 홈페이지라는 제한된 공간이기에 관련인의 비중이 많았다.
타원 재학생 여럿과 타과 졸업생, 그리고 타대학생 

그리고 그 중 두명을 만났다. 
둘다 밝고 순수하고 예뻤다. 
젊음이란건 그 자체로 예쁜 것 같다. (나 왜 늙은이같은 소리 하고있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그 만남이 어떤식으로 나에게 자극을 줄 지 모르는 일이기에.    



어제 멋진하루를 봤는데
병운이란 인간, 하는 짓이 정말 내가 싫어하는 인간의 전형이었다.  
빈말하는 거, 진지하게 말할 때 딴소리 하는 거, 얼굴 두꺼운 거, 뻔뻔한 거
내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가만히 보니 내가 못하는 부분을 참 잘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뻔뻔한거, 얼굴 두꺼운 거, 진지하게 말할 때 딴소리 하는 거, 빈말하는 거.
그 능력 덕분에 그는 하루만에 350만원을 빌렸다.
그러나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다.  

술집언니, 여사장님, 마트언니,,,등등
각종 언니들에게서 돈을 받아왔지만,
그는 그 돈을 자신의 몸뚱이를 담보로 받아온 것이 아니다. 
그에 대한 신뢰로 받아온 것이었다. 
그렇게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친할 수 있다는 것.
돈을 빌릴만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 
그리고 그는 자기가 잠잘 곳이 없어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빌리지 않았다.

어느날 갑자기 돈을 받으러온 예전 여자친구,
몹쓸 인간이었다면 무시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일수도 있지만  
그러나 그는 한심한 인간이어서
같이 따라다니면서 돈을 빌려다가 갚아준다.
어떻게보면, 끝도없이 한심한 인간이지만, 
가만히보면 대.단.한 인간이다.

뒷길로 샜지만 결국 하고싶었던 말은 이 것.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돈빌리는 게 뭐 어때서 그래 
 없으면 있는 사람한테 빌리는 거고,
 생기면 갚고 내가 있으면 남도 좀 도와주고 그게 사람사는 맛이지."

그래서 그는 지지리도 가진 거 없으면서,
떠나는 옛애인한테 마늘즙까지 챙겨줬나부다.
 


나도 사람사는 맛을 즐기려고
계속 이 기부를 하련다. 

  

by 밤나무 | 2009/01/11 15:47 | 중얼중얼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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